학사경고 대상 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학사경고 대상 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녕하십니까?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용교 교수입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사회복지개론을 가르치고 있기에 매년 학생들의 변화를 민감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들의 양극화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에서 뿐만 아니라 학습태도, 꿈과 열정에서도 그 차이가 너무 큽니다.
이른바 ‘서울대생’(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학생이란 뜻으로)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학에 무엇을 하러왔는지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학생도 있습니다. 심지어 강의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까지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사경고 학생이 수십 명에 이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사회복지학부처럼 학생 수가 많고, 강좌수가 많아서 사실상 개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제 지도를 받은 학생 중에는 4년 동안 제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고 졸업을 한 후에 저에게 입사 추천서를 써달라고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회복지개론만 6개반이 있기에......)
제가 지도하는 학생이 58명인데 그중 학사경고로 지적을 받은 학생이 두 명이었습니다. 명단을 보니 이름과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은 학생인데, 전화를 받지 마자 “사업이 어려워서 학교에 나갈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언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얼굴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편입생이고 3학년 1학기에도 학사경고를 받아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마도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인생 4학년에 대학에 편입하였는데,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일하느라 학교에 나올 형편이 못되었나 봅니다.
100점 만점에 출석점수를 10점을 배정하여 출석만 하면 10점을 주지만, 하루 결석하면 1점씩 감점하고 1/4이상을 결석하면 학칙에 따라 시험을 보아도 0점 처리를 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저로서는 참으로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수업은 듣지 못했지만, 지도교수가 전화를 하니 “죄송합니다. 언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연발하는 학생의 상황이 눈에 선했습니다. “차라리 휴학을 하고 형편이 좀 나아지면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에 두 번째 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번에도 나이 먹은 목소리였습니다. “00요? 아닌디요? 제가 00 아빠입니다. 아들이름으로 핸드폰을 가입했고, 쓰기는 제가 씁니다”.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더니, “아 글쎄, 제가 농사를 지어서 3명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데, 00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요”. 학교공부를 열심히 해서 빨리 취직하는 것이 알바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설명에, 학생의 아버지는 “아 글쎄, 00도 이제 군대 갔다 와서 정신을 차린다고는 하는데, 제가 농사를 짓다 보니까, 한 달에 한 번도 광주에 못가 보고... 즈그들끼리 있어서......어떻게 교수님께서 사람을 맹그러 주십시오?”라고 거의 애원조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생의 손전화를 확인해서 전화를 했더니, “예, 죄송합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용돈이라도 벌라고 알바를 하느라 학교공부에 소홀했습니다. 이제 군대도 갔다 왔으니 정신차려서 공부할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복수전공과 자격증 취득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었습니다.....”등등 이야기가 꽤 계속되었고, 개강하면 한번 보기로 했습니다. 두 명에게 전화하여 한 명은 건진 셈입니다.
학생지도를 잘 하기 위해서 지도교수제도가 있고, 한 학기에 한 번씩 지도교수 만남의 주간도 있는데, 늘 오는 학생만 오고 안 오는 학생은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저만의 상황일까요?
작은 관심, 한 통의 전화, 짧은 대화, 그리고 궁금증의 해결이 학생지도의 첫걸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학사경고 대상자의 명단을 보니 사회복지학부가 가장 많아서 부끄럽습니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써봅니다. 전화 한 통화에 미안함과 반가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가르치는 직업은 보람있는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2009년 2월 26일 밤에 씀]
이용교/ lyg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