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품앗이이다
인생은 품앗이이다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4월이 되면 고향 마을의 벚꽃이 생각납니다. 국민학교 운동장 옆에 있는 왕벚꽃이 유난히도 아름다웠고, 주암호 주변에 있는 수십키로미터 벚꽃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올 봄에 바로 그 길을 아버지를 모시고 달렸습니다. 활짝 핀 벚꽃을 바라보면서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사라지는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꽃은 아름다움 속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30여년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사회복지학을 처음 공부할 때만 해도 고아원과 양로원의 운영을 사회복지의 전부인 냥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유력한 정치인들조차 ‘복지국가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합니다. 복지국가는 모든 사람이 노령, 질병, 실업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을 대비하고, 빈곤 등 사회적 위험에 빠질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지제도를 갖춘 사회를 말합니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그런 세상을 열었고, 한국도 그런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복지사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만으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이 각자 자신의 삶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잘 대비해야 열릴 것입니다. 특히 평균수명이 3년에 한 살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마치 겨울을 대비하여 여름에 땀 흘려 일하고 가을에 추수한 것을 저장하듯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노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을 챙기는 일입니다. 돈을 잃는 것은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기에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건강관리의 핵심은 음식을 적게 먹고 고루 먹으며, 걷기운동을 하고, 좋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며, 마음 편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수명이 길어지고 은퇴시기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기에 연금 등을 통해서 수입을 유지하고, 소일거리를 통해서 용돈벌이라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텃밭 가꾸기 등을 통해서 제철 음식을 먹고 생활비를 낮추는 것이 복지의 시작입니다. 내 땅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혹 남은 것이 있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품앗이는 돌고 돌아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혹 자신의 뜻대로 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복지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나라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정착시켰고,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습니다. 보살핌이 필요하면 복지제도를 통해서 시설급여나 재가급여를 받는 것은 권리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입니다. 젊고 건강할 때 남을 위해서 베풀어서 품앗이를 하고, 늙고 병들게 되면 이웃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인생의 품앗이입니다.
lyg29@hanmail.net 2011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