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경로당을 '주민의 집'으로 발전시켜봅시다...
거점 경로당을 ‘주민의 집’으로 발전시켜봅시다
경로당은 대표적인 노인복지시설이지만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경로당이 1,242개소이다. 광주의 행정동이 85여개소이니 1개 동에 약 15개의 경로당이 있는 셈이다.
대체로 경로당의 크기는 30~50평이다. 좀 큰 곳은 할머니방 1개, 할아버지방 1개, 주방, 화장실이 있고, 작은 곳은 방 1개, 간이주방, 화장실이 있어서 열악한 상황이다. 아파트단지에 있는 경로당은 방 하나에 공용화장실이 전부인 곳도 있다.
그런데, 경로당이 쉼 공간 밖에 없기에 이용하는 어르신이 별로 많지 않다. 같은 어르신 중에서도 주로 더 늙은 연령층이 이용하여, 75세 미만의 젊은 노인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노인복지관이 있지만 구단위에 있기에 대체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따라서 한 동에 15개나 되는 경로당을 생활권역별로 묶어서 ‘거점 경로당’을 만들면 마을 속의 작은 복지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에 있는 4개의 경로당은 통합하여 200여평 규모의 ‘거점 경로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등록회원수는 50여명 내외씩 되지만 평소 이용자가 별로 많지 않는 경로당들을 폐쇄하고 생활권에 1개소의 거점 경로당을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2층 건물 중 1층에는 할머니방 2개, 할아버지방 1개, 여가활동공간, 식당과 주방, 카페, 화장실 등을 둘 예정이다. 2층에는 실내운동실, 학습공간 2개, 화장실, 그리고 테라스를 둘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경로당에서 휴식과 놀이를 했던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서 이용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가공간이나 학습공간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평생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 재능기부를 통해서 건강, 교육, 여가 관련 활동을 하고, 소모임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어르신들은 활기찬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 요일별로 다양한 취미생활반을 열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친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점 경로당은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카페, 실내운동실, 테라스 등을 만들고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 가정주부, 낮시간에 다소 여유가 있는 주민들도 마땅하게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을 이용하면 거점 경로당은 ‘주민의 집’이 될 수 있다. 특히 카페와 식당은 주민들의 모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노인들이 소일거리를 하며 취업/창업공간으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카페와 식당을 거점으로 하여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회원들끼리 식사를 함께 나눌 수 있고, 일반인에게 차와 음식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페는 주민에게 쉼의 공간이 되면서도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할 수도 것이다.
주방과 식당은 어르신을 위한 식사 공간이면서 주민들에게 ‘요리교실’을 운영하여 제철 음식을 맛있게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할 수도 있다. 주말이나 저녁시간대에 모임공간이 되거나 함께 음식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마을기업’ 혹은 ‘협동조합운동’과 연계시키면 경로당이 반찬가게(할머니손반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경로당은 낮에는 어르신이 많지만 밤에는 이용자가 적다. 어르신들의 이용율이 낮은 시간대에는 주민들이 학습공간(인문학공부 등)으로 활용하고, 방과후나 주말에는 아동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통합형 교육과 놀이를 강조하는데, 마을단위에 거점 경로당이 있어서 ‘주민문화복지센터’- ‘주민의 집’으로서의 기능을 하면 좋겠다.
이러한 공간은 마을에 있는 공원, 도서관, 학교, 녹지(광주의 대표적인 녹지인 푸른길) 옆에 위치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곳을 통해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으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거점 경로당을 ‘어르신만 이용하는’ 물리적인 시설물로만 인식하지 않고, ‘주민의 집’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광주광역시 남구가 시도하는 거점 경로당 사업이 빛고을 광주와 전국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한다. 이용교의 복지평론 lyg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