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기반한 사회복지만이 지속 가능하다....
인권에 기반한 사회복지만이 지속 가능하다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복지평론가
입력날짜 : 2017. 04.0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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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서 반인권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거주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체로 장애인시설에서 인권침해는 직원에 의한 장애인의 폭행이나 거주자끼리 폭행 등이 많았다.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491129436404634028
그런데, 이번 사건은 법인 대표이사가 장애인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폭행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표이사는 장애인의 머리에 이가 있었는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거부하고 난동을 부려 제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지만 당시에는 집단생활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장애인·인권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30명 중 19명이 인화원 원생들이었다는 점에 더욱 분노하였다. 일명 ‘도가니 사건’ 피해자들이 임시 보호시설에서도 수 년 동안 학대와 인권침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도가니 사건’으로 법인 허가가 취소되고 시설은 폐쇄되었는데 새 시설에서조차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받았다면 이들이 어디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광주매일신문(3월 22일)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광주시는 2016년 9월 북구·국가인권위원회·광주인권센터·장애인단체와 2개월간 이곳 중증 여성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폭행·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곳 법인에서는 2012년부터 식재료 착취, 법인 후원금 등 2천700여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곰팡이가 핀 빵을 제공하는가 하면 처방전 없이 약물을 투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광주시는 후원금과 시설 보조금을 유용한 해당 법인 대표이사와 원장을 해임했다.
시청,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원장은 일부 잘못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치국가에서 법에 호소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인권에 기반 한 사회복지실천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시설에서는 식재료 착취와 법인 후원금 유용이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시설에서 식재료 착취는 시설장이 기관운영비 등을 조성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대표이사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표이사는 법인 이사회를 주관하고, 시설의 운영은 시설장에게 책임이 있는데, 대표이사가 시설장을 직원 부리듯이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세차, 세탁, 청소 등을 강제로 시켰고 선물 구매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는 법인을 발전시키고,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 직원의 사기증진에 힘써야 하는데, 직원들에게 자가용 세차 등을 맡긴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 대표이사는 “친인척 관계에 있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해명하였다.
시설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대표이사의 핸드폰으로 통보되도록 조치하고,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으로 매달 일정액을 대표이사에게 입금하도록 한 것은 사회복지사업법과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일이다. 시설운영의 책임은 시설장에게 있고, 비지정후원금으로 대표이사의 직책수당이나 판공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후원금은 후원자가 지정한 용도로 쓰고, 지정되지 않는 후원금도 가급적 거주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직원의 격려를 위해 쓰여야 한다. 후원금중 일정액을 매달 대표이사의 통장에 입금시키고, 나머지를 경조사 경비 등으로 쓴 것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증 장애인은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이다. 이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 사회복지시설이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거주인을 폭행하고 학대하며, 대표이사와 시설장이 보조금과 후원금을 유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사건이 날 때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비난을 받기 쉽다. 사회복지사업은 ‘착한 일’이나 ‘좋은 일’을 넘어 ‘옳은 일’이어야 한다. 소금이 짜지 않으면 소금이라고 할 수 없듯이, 정의롭지 않으면 사회복지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인권침해와 회계부정의 책임자를 처벌하며, 임원 해임, 피해자들의 책임있는 지원을 통해 인권도시 광주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인권에 기반 한 사회복지실천만이 지속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