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과 평가...
[광주광역시 사회복지관협회 세미나에서 발표될 원고]
지방분권시대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과 평가
참여정부에서 일부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바뀌면서, 2004년부터 사회복지계는 논란이 휩싸여 있다. 2004년 7월 보건복지부는 533개 지자체 국고보조사업 가운데 163개 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126개 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관하며, 나머지 233개 사업만 중앙정부에서 관여키로 결정하였다. 그중 사회복지 관련 지방이양사업은 총 67개 사업에 5,959 억원이었다. 사회복지분야 지방이양사업 중에서 ‘영유아보육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예산의 일부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되는 것은 사회복지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사회복지계는 사회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면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본다. 2005년 광주광역시 사회복지계는 2004년도보다 사업비가 10~15% 가량씩 축소된 것을 경험하였다.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사회복지사업을 지방이양 한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복지증진에 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회복지계의 더 큰 우려는 사회복지사업 중에서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업은 대부분 사회복지법인 등 민간이 수행하기 때문에, 복지예산의 확충에서 우선순위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복지사업 중에서 비교적 예산이 많은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의료급여 등은 국고보조사업으로 남겨졌고, 사회복지관 운영 등 주로 사회복지법인이 수행하는 사업은 대부분 지방 이양되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고와 지방비를 함께 투입하는 국고보조사업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지방이양사업에 더 소홀하기 쉬울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법인 등 민간이 수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의 만성적인 재정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회복지사업의 지방이양사업의 경우에도 빈익빈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2005년도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예산 중에서도 대부분은 2004년도보다 예산이 줄거나 비슷했는데, 영유아보육사업만이 크게 늘어났다. 참여정부가 대통령 공약사업인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사회복지예산을 축소시킨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보육사업을 제외한 다른 민간 사회복지사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일부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는 영유아보육사업을 확충하기 위해서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장애인복지계는 지방이양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시킬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럼, 다른 사회복지계도 지방이양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시키도록 주장할 것인가?
필자는 지방이양사업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욕구에 대한 책임성을 인식하고, 주민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이양사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가 되었기에 고령화사회에 머물러 있는 대도시와는 분명히 차별적인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복지예산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 지이다. 지방이양사업에 대한 예산을 배정할 때,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여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예산배정을 차별화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다. 즉, 지방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를 포함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사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와 비율 등을 고려해서 예산을 배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회복지사업예산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예산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예산의 상당한 액수는 지방공무원의 인건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남의 22시/군 중에는 인구 5만 명 내외의 군이 적지 않다. 도시로 계산하면 동사무소 3개정도 밖에 안 되는 인구를 다루는 행정인력은 수백 명에 이른다. 시/군/구 단위에서 행정업무와 행정인력을 과감히 구조조정하지 않고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농촌지역에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데, 기존 도로를 두고 새로운 도로를 넓게 건설하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보다는 이동하는 승용차를 위한 도로건설비를 줄이지 않고는 주민복지예산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하철을 유지하는데 연간 2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도 예산이면 사회복지관 100개 이상을 운영할 수도 있다. 낭비되는 예산을 과감히 정비해서 복지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기존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와 다른 공공기관들간의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전남의 한 군 지역에는 인구가 6만 명가량인데,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소가 모두 25개소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잘 갖추어져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 공공보건의료기관은 365일 동안 야간 진료를 전혀 하지 않고, 주 5일제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지 않기에 야간과 주말에 주민의 의료안전망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경우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소를 과감히 통폐합하여 생활권별로 3-4개로 정비하고, 순회사업과 주말/야간진료체제를 갖추어야 주민의 보건의료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최근 사회복지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사회복지관마다 있는 어린이집은 주변 어른이집과 경쟁을 해야 하고, 자활사업은 주변 자활후견기관과 경쟁을 하며, 사회교육사업은 주변 학원 혹은 주민자치센터와 경쟁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관은 영유아,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빈민 등 거의 모든 주민의 복지를 포괄하지만, 어린이집,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관, 자활후견기관에 비교하여 경쟁력이 높지 못하다. 지역사회복지관이 지역주민과 함께 복지공동체를 구축하는 산실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복지욕구에 바탕을 둔 사업을 개발하고, 주민과 복지자원을 나누는 복지운동을 펼쳐야 한다. 사회복지관이 중심이 되어서 새로운 복지대상자를 발굴하고 자원을 연결하되, 품앗이형 주민복지가 가능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복지관을 설자리를 찾기 어렵다.
과거 퍼주는 사회복지에서 이제 마중물을 주어서 샘물을 풀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복지의 상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복지의 참여자를 빈민에 한정시키지 말고, 지역주민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주민의 자립능력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은 주민은 공공부조보다는 사회보험의 체계에 들어와 있다. 사회보험에 가입하고도 사회보험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잘 모른다면 보험급여를 잘 알려주는 복지교육사업이 필요하다. 사회복지관이 중심이 되어서 주변의 어린이집, 학교 등과 함께 아동/청소년사업을 기획하고, 사회복지관이 중심이 되어서 주변의 경로당과 사업체와 협력하여 노인복지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사회복지관 내에서 실시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공공/민간자원과 협력하여 복지공동체를 구축하는 일에 좀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예컨대, 대학교와 연계하여서 ‘지역복지아카데미’를 기획할 수도 있다. 최근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는 참여복지센터, 한국복지교육원과 연계하여 ‘지역복지아카데미’를 기획하였다. 매주 화요일 밤에 8주 동안 진행되는 지역복지아카데미에는 50여명의 오프라인 수강생과 150여명의 온라인수강생이 등록했다. 강사진도 서울, 대구, 대전, 충북, 광주 등에서 왔고, 수강생도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강의 내용은 책자 [복지공동체의 길]로 출판되었고, 모든 강좌는 동영상으로 서비스 된다. 따라서 아카데미에 등록한 200여명뿐만 아니라, 카페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회원 2만 명이 동시에 볼 수 있다.
사회복지관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사회복지관이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를 양성하고,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복지공동체의 산실이 되길 희망한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관이 되자!!! [2005년 10월 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