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사회복지-6
보건의료, 새롭게 틀을 짜자
이용교
(복지평론가, 광주대학교 교수)
인간의 수명이 증가되는 것은 축복할 일이지만, 늘어난 수명만큼 아픈 시간도 늘어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인간의 꿈은 무병장수이지만, 현실은 유명장수이기에 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핵심적인 복지정책이다.
정부는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했거나 보험료를 낼만한 형편이 못되는 가난한 사람은 의료급여를 받기에, 모든 국민이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보험료를 제때에 내지 못하여 아파도 건강보험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을 일찍 예방하지 못하고 큰 병이 걸려서야 병원에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막상에 병원에 가면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항목이 있고, 본인부담금과 교통비 등 부대비용도 적지 않아서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해마다 건강보험료는 인상되는데도 보건의료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병의원과 약국의 대부분이 개인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병원, 약국 등은 원칙적으로는 ‘영리행위’가 금지되어 있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사업을 하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한 최근 급격히 상승하는 의료비의 상당수를 약값이 차지하는데, 제약회사의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에게 높은 로얄티를 지급하면서 약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은 턱없이 비싼 값을 부르는 약이라도 효과가 더 좋은 신약이라면 구입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돈은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돌아간다.
매년 늘어나는 보건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는 전문병원을 늘려야 한다. 국민의 95%가 건강보험의 환자인데, 건강보험공단은 자체 병원을 거의 운영하지 않고, 주로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에게 진료비 등을 지불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의료행위를 한 만큼 돈을 주는 ‘행위별 수가제’이기에 병의원은 좀더 많은 의료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가 조금만 아파서 병원에 가도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는 기본이고, 값비싼 CT와 MRI검사를 권유받는 것은 병원의 입장에서 검사비의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도 다른 병원에 가면 비슷한 검사를 또 받게 되는 것도 병원간의 연계체제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도권의 주요 도시와 광역시를 중심으로 암 등 의료비이 드는 질병의 전문병원을 직영하기 바란다. 그리고 주요 질병별로 의료수가를 체계적으로 산출하여 표준진료비를 정하는데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보건소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임산부 관리, 신체검사, 예방주사, 물리치료 등으로 한정된 보건소의 기능을 모든 국민이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공공의료기관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도시는 의료사각지대를 중심으로 보건소를 늘리고 그 기능을 치과, 한방 등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농어촌지역에 흩어져 있는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소를 통합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한 개 군에 25개소 정도의 보건지소와 진료소가 있지만, 주말과 평일 밤에는 무용지물인 공공의료기관을 통합하여 생활권별로 집중 관리하고, 순회 서비스를 통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보건의료서비스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모든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영 병원을 늘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건지소와 진료소를 통합하여 집중 관리하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의료급여 예산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건의료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 [2007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