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아동복지시설의 평가를 마치고...

밝은얼굴 2004. 10. 31. 22:50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하는 ‘아동복지시설 평가’를 마쳤다. 필자는 2004년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광주광역시에 있는 5개 아동복지시설을 평가하였다. 평가대상 중에는 아동양육시설 3개소, 영육아시설 1개소, 자립지원시설 1개소 등이 고루 포함되어 있어 아동복지시설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평가는 ‘평가지표 및 지침서’에 근거하여 각 시설이 자체 평가한 자료를 참고하여, 3명의 평가위원이 2003년도 혹은 최근 자료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평가위원들은 각기  독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결과는 보건복지부에 의해서 발표되겠지만, 필자는 평가과정에서 다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였다.  


  평가의 결과는 ‘기관 운영자의 철학과 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었다. 우리나라 아동복지시설은 운영비의 거의 전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시설이 잘 운영되느냐의 여부는 해당 기관의 장이 아동복지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장이 개혁의지를 갖고 꾸준히 실천한 기관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설장이 연로하거나 실질적인 권한이 약한 기관은 평가점수가 낮았다.


  평가를 잘 받은 기관은 ‘실무자의 전문성’이 높은 기관이었다. 모든 시설은 원장, 사무국장, 생활복지사, 생활지도원, 간호사 등을 갖추고(아동수가 70명 미만인 시설은 생활복지사, 간호사가 없음), 이들의 근무조건도 법적으로 같다. 따라서, 아동복지시설에서 가장 많은 직원인 생활지도원을 사회복지사 1급으로 임용한 기관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전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직원을 임용한 기관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실무자의 전문성은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의 기회 제공과 출장 등에서 큰 차이가 났다. 좋은 평가를 받은 기관은 대학교와 대학원 공부를 장려하고, 국내외 연수에 참여할 기회를 적극 배려하였는데, 일부 기관은 직원이 교육훈련을 가면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는 원장이 직원에게 교육훈련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기도 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기관은 하나 같이 소식지를 주기적으로 만들어서 원내외의 동정을 후원자와 자원봉사자에게 널리 알리고, 후원내역을 자세히 공표하였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곳은 소식지나 홈페이지가 없었고, 있더라도 활발히 운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서, 시설 간에 후원 금액은 상당한 차이가 났고, 자원봉사자의 활용도도 크게 달랐다.


  같은 조건 속에서도 원장이 열정을 가지고 기관운영을 하고, 젊고 능력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일하며, 기관운영을 투명하게 하여 자원봉사자와 후원자의 도움을 받은 아동복지시설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번 평가를 하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몇 가지 발견하였다.


  아동복지시설의 종류가 다양한데, 평가지표가 거의 같은 것은 적절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동복지시설이 전문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지를 평가하고자 할 때 아동과 가족에게 대한 전문상담, 아동의 정서개발, 인지개발, 사회성개발로 평가했다. 이 기준은 아동양육시설에는 적합하지만, 젖먹이가 많은 영육아시설이나 이미 고등학교교육을 마친 자립지원시설에는 적합성이 떨어진 지표들이다. 영육아시설의 젖먹이 유아에게 “개별상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거나, 자립지원시설의 직장에 다니는 “성인”에게 정서개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시설장과 친한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의 개최를 거의 형식적으로 한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가 이사로 구성되고, 매년 이사회는 새해 예산을 짜는 이사회, 전년도 결산을 하는 이사회, 그리고 추경을 편성할 경우 한 차례를 추가하여 연간 3회이상을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아동복지시설들은 예산과 결산을 함께 처리하였고, 심지어 추경도 사후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쳤다. 향후 이사회의 구성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의도 실질적으로 개최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아동복지시설의 평가는 두 번째인데, 첫 번째 평가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점에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는 꼭 필요한데, 평가의 대상과 방법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평가는 평가위원들이 시설장을 면담하고 주로 사무국장이 제출한 서류를 중심으로 하루 동안 평가하는데 향후 일반 직원과 아동에 대한 평가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직원의 근무환경의 실태는 직무규정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직원에게 휴가와 외출 등이 규정대로 되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강화된 아동의 인권보호 조항도 ‘체벌금지 서약서’와 같은 문서만으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작위로 선정된 아동에게 직접 질문해야 할 것이다.


  향후 아동복지시설의 높은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최대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평가한 다섯 기관의 3년간 이직률은 131.6%, 57.5%, 150.0%, 57.7%, 0%이었다. 그중 이직율이 가장 높은 곳은 직원 현원이 14명인데 3년간 21명의 직원이 바뀌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양육자인 생활지도원이 매년 반수가 바뀐 것은 아동의 양육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원의 이직률이 높은 기관은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기관조차도 연간 44% 가량의 직원이 교체되었다는 것은 아동복지시설의 직원 근무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도 아동을 양육하면서 평가준비를 한 아동복지시설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번 평가가 아동이 보다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데 좋은 계기가 되길 빈다. [2004년 10월 31일 작성]


  이용교의 복지평론 http://ncolumn.daum.net/lyg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