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대책을 함께 세워봅시다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9년 1.1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고, 고령화의 속도는 초고령사회인 일본보다도 빠르다. 필자는 2010년 5월 26일 전라남도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과정’을 수강하는 공무원 39명과 함께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공무원들은 저출산대책의 목표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이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아이 낳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캠페인을 하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에서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의견 중에서 ‘아동양육’에 관한 대책이 8건이나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난임 부부의 지원대책을 횟수와 지원금액을 상향 조정”과 “출산휴가 6개월로 연장”과 같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실현시킬 수 있는 제안도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전까지 신생아, 산모, 병원치료비 보조”, “출산 장려금 1천만원 지급”, “매월 100만원 양육비 지원”과 같이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정책도 있었다. 아동양육정책의 핵심은 “정부에서 교육과 의료비를 부모와 분담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아동을 낳은 것은 부모가 할 일이지만, 아동을 키우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가족과 분담해야 한다는 제안이 주류이다.
그런데 “출산장려는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는 불가하므로 국가적인 정책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제안에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아동은 어디에서 태어나든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높은 시/군/구에서 태어나면 출산장려금을 많이 받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태어나면 장려금을 적게 받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헌법상 평등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정 기준을 정해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아동을 키우면서 ‘영유아 보육과 유아교육’부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취학전 아동이 보육기관을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2010년 현재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은 모두 117만 명이고, 그중 80만 명이 정부지원(그중 64만 명은 이용료의 전액)을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초등교육처럼 무상으로 보육하자는 것이다.
무상보육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유아원부터 무상”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보육시설의 대부분이 민간인 상황에서는 국공립시설부터 무상으로 하자는 제안은 정책의 효과성이 낮으므로, 국공립시설의 비율을 높여서 표준보육료 이외에 추가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동시에 집행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무상보육으로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보육시설 종사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시책 개발”을 제안했다. 아동보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설, 보육교사, 학부모, 아동의 관심이 고루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균형 잡힌 제안이다.
1991년에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후로 보육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보육아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아동을 제대로 돌봐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보육시설은 정원에 비교하여 현원이 80%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인데도 부모들은 보육시설이 부족하다고 인식한다. 이는 보육시설이 부모가 원하는 시간대에 기대하는 수준으로 영유아보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정부의 보육정책은 시설을 늘리는 지원에서 영유아와 부모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구상할 때 핵심적인 정책 중의 하나가 교육정책이다.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자녀 양육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자녀 양육비의 핵심은 교육비이다. 공무원 중에서 ‘교육’에 대한 의견은 모두 10건이었는데,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공교육비 전액 지급하자”는 무상교육이 핵심이었다. 어떤 사람은 “셋째 자녀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제안하였지만, 합계출산율이 1.15명인 상황에서 이는 현실성이 낮다. 핀란드 등은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이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공무원들은 “맞벌이 가정에 방문학습지도 지원”, “고등학교의 명문화”와 같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나 예산을 조금만 더 투입하면 할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였다.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교육을 보다 충실하게 하여 사교육의 필요성을 줄여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공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설 투자 강화”가 절실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사를 채용”하여 교사가 지역에 애착을 갖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했다.
아울러, “가급적 학부모가 가사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급식 해결”을 제안하고, “맞벌이 부부를 생각하여 방학중에도 점심/저녁급식 제공”을 제안하여, 최근 학부모 사이에는 무상급식이 핵심적인 교육정책의 하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에 대한 대책 수립”과 같이 소외되기 쉬운 계층에 대한 교육정책도 꼼꼼히 챙길 것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국가와 교육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실현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이 적지 않았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예산이 부족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어촌근무 교사제도는 추가적인 예산 없이도 할 수 있고, 학교에 급식시설이 있기에 학부모에게 실비부담을 시켜 저녁급식과 방학중 급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수도 줄고 교사의 실력도 높아진 상황에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은 교육당국과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지금 여기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대책으로 공무원들이 제안한 정책중 ‘노인복지’에 해당되는 것은 7건이었다. 이중에는 “실버타운”, “실버산업 육성”, “연령층에 맞는 다양한 직업 창출과 다양한 미래 비전 제시”와 같이 조금은 막연한 정책도 있었지만,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여가 프로그램과 건강교육 프로그램 지원”, “마을단위 공동 급식소 운영”과 같이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정책도 적지 않았다.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상 노인여가복지시설로 전국에 5만 개소 이상이 있기에 이용 노인이 많고 시설이 좋은 곳부터 ‘생활권 대표 경로당’으로 지정하여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된다. 최근 독거노인과 노인부부가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경로당에서 공동급식을 하고, 경로당 주변에 있는 기존 주택을 개조하거나 새로 지어서 ‘공동생활주택’으로 활용하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노인복지는 보건의료정책을 동반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공무원들은 “노인에게 노인성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원”,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 “의료시설 상시 운영”을 제안하였다. 의약분업 이후에 병의원이 적은 지역에서는 야간과 주말에 의료시설을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따라서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그 숫자는 많지만 효용성이 떨어진 공공보건의료시설을 생활권 단위로 통폐합하고, 보건의료종사자들이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순회서비스를 확대시켜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대책을 세울 때 흔히 보육, 교육, 노인복지에 한정하기 쉬운데, 공무원들은 “지역특성에 맞는 성장 동력 산업을 개발하고 생활환경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주환경을 개선”하여 젊은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를 낳고 잘 키우기 위해서도 젊은이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노인이 어르신으로서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가와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지속 가능한 복지공동체를 가꾸는 일이다. [2010년 5월 30일] lyg29@hanmail.net
2010년 『자치행정』7100529저출산-이용교원고.hwp
2010년 7월호 자치행정에 실리는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