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역사를 만든다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사회복지역사연구소가 주최한 ‘제1회 사회복지역사연구 전문가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은 2016년 1월 7일부터 8일까지 전북 전주와 군산에서 열렸다. 첫날 행사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한 식당에서 6시경에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되었다.
광주, 서울, 경기, 군산, 전주, 해남 등 다양한 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양반가의 정식과 반주를 즐겼다. 식사를 마친 후에 첫 번째 발제는 숭실대 박종삼 명예교수님이 ‘사회복지역사 연구의 가치, 필요성 및 연구의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교수님은 치과의사, 목사, 교수, 월드비전 회장으로 일한 경륜이 있는 사회복지계의 원로이신데, “사회복지역사 연구의 필요성”을 열정적으로 강의하였다.
2015년은 해방 70주년이 해인데, 대한민국 정부가 나라발전에 기여한 다양한 인물을 표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땅에서 가장 어려운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등을 보살핀 사회복지인물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사회복지계가 사회복지 역사를 발굴하고, 보전하고, 교육하며,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하였다. 참가자들은 사회복지 역사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현재 하는 일, 기대 등을 자유스럽게 말하였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늦었지만, 참으로 소중한 기회라고 인식했다.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하여, 근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 등을 마시면서 김범수 소장이 ‘사회복지역사기념관 사료(史料) 발굴과 보존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이어서 역사연구를 보다 지속적으로 하고 연구자들끼리 상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사회복지역사연구회’를 창설할 필요성에 동의했다. 필자가 김범수 소장님을 ‘연구회 회장’으로 추천하자 전체 참가자들이 박수로 동의하였다. 김회장님은 일 년에 두 차례 정도 전문가 워크숍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각 지역에서 ‘역사탐방’등을 하면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있는 분들을 조금씩 모아가자고 했다.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근처에서 ‘가맥’을 먹었다. 전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술집인 ‘가맥’은 ‘가게맥주집’인데, 도시 뒷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은 전주에서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먹었고, 군산으로 향했다. 모세스영아원에 들려서 이종예 문화해설사로부터 ‘쌍천 이영춘 박사’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지주가 만든 농장진료소에서 의사로 일하였다. 해방후 이박사는 농촌형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였고, 영아원 등을 운영하여 사회복지실천하였다. 근처에 있는 마을 이름이 ‘이영춘 마을’이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환자와 피난민으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이 이박사를 기리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모세스영아원이 후원하여 주신 점심을 맛있게 먹고 근대박물관에서 군산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조선시대 말 일본을 비롯한 많은 제국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한 마을에 불과했던 군산이 지난 120여년간에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지역의 역사와 복지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짜여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역사연구 전문가 워크숍’은 전국에서 사회복지 역사에 관심있는 전문가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보를 나눈 소중한 기회이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인 아내와 함께 참가하여 더욱 뜻깊었다. 참가자들이 약간의 회비를 내고, 저녁 식사와 숙소 등에 필요한 나머지 비용은 사회복지법인 삼성휴먼빌이 후원하여주셨다. 행사를 기획하여 주신 사회복지역사연구소, 후원하여 주신 삼성휴먼빌, 모세스영아원 등과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