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교의 복지평론

젊은이들이 모여서 세상을 품어보자!

밝은얼굴 2002. 6. 15. 22:34

젊은이들이 모여서 세상을 품어보자!

이용교
(복지평론가, 광주대학교 교수, 품 주주)



품의 열 돌을 축하합니다.

십 년 전 오늘,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몇 명의 젊은이들은 이 땅의 청소년이 보다 행복하
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노래와 연극 그리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서 청소년의 숨통을
열어주고, 청소년과 더불어 공동체를 만들어갔다.

창립 총회에서 한 선배는 이 젊은이들에게 "일년도 못되어 망한다!"라고 했다. 그래 망하
는 것이 정상이다. 청소년문화로 밥을 벌어먹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청소년
과 더불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렇다. 청소년에게 미치지 않고 어떻게 십 년을 버티었겠는가? 어떤 일에 미친 사람들은
'자나 깨나' 한 가지에 몰두한다. 말 끝 마다 청소년을 이야기하고, 상대는 복지타령으로 응
수한다. '앉으나 서나' 청소년을 생각한다. 청소년이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문화가 권력을
주지도 않지만 청소년문화에 미친 사람들이 이 땅에 있다.

대~ 한민국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
도 신념으로 일하는 사람들, 권력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힘을 키워 가는 사람들이 있
기 때문에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


마침내 십 년이 지난 오늘 사람들은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을 세상을 품을 단체로 여긴다.
품의 사람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만들어 가는 신념
의 강자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도전정신이다. '삶의 뿌리를
찾아서'란 사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큰 단체도 기획하지 못한 사업이었다. 특정 지역을 중심
으로 청소년들이 강산을 누비고 문화를 탐방하며 현장에서 뿌리는 내린 단체들과 함께 공연
한 것은 열정의 산물이다.

품의 힘은 자비량에서 나온다.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사업에 곁눈질하지 않으
며 적은 자산을 크게 활용하기 때문이다. 때론 기성단체에 몸을 낮춘 적도 있었지만 철저히
헌신하는 품동이들은 자립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품의 힘은 품을 사랑하는 주주에게서 나온다. 실습생으로 왔던 사람들, 행사를 도운 자원
봉사자들, 품의 활동에 참여한 회원들은 어느새 품의 주주가 되었다. 세월이 갈수록 고등학
생은 대학생이 되고, 다시 대학생은 실습생을 거쳐서 실무자 그리고 주주로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은 주식회사 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십 년을 앞두고 품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가?
늘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길 바란다. 수많은 자생단체가 성장하면 수익사업에 눈을 뜨고,
몰려오는 청소년은 돈으로 환산된다. 청소년활동(youth work)이 청소년사업(youth
business)으로 바뀐 순간 단체의 목적은 퇴색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수지의 균형을 늘 생
각해야 하지만, 청소년문화공동체를 일구겠다는 첫 마음을 간직하길 바란다.

품이 품어야 할 세상은 실제공간과 함께 가상공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 땅
의 청소년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속으로 몰입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고 채팅과
이메일로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에게 품이 할 수 있는 문화활동은 무엇인가? 실제공간에서
한 일을 가상공간으로 연결시키고, 영상언어로 접근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품이 품어야 할 사람들은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휴전선 너머에 있는 북한의 청소
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지구촌의 젊은 한인들, 그리고 인종과 피부색은 달라도 피가 약
동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미래의 '품동이'이다. 청소년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단체들과
네트웍을 통해서 더 큰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이 점에서 품은 "시민과 함께 복지공동체를 꿈꾸는 한국복지교육원" www.welfare.pe.kr
의 좋은 길벗이다.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들이 모여서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고자 한다
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바꾸고, 깨달은 젊은이들이 모여
서 세상을 품어보자! 그리고 행복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



* 이 글은 1991년에 창립되어 2002년 6월에 10주년을 맞이하는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의 10
주년을 기념하여 쓴 글입니다. 여러분, 품의 홈페이지 www.pumdongi.org 에 가서 축하의
글을 남깁시다. <2002년 6월 15일 씀>